국가는 자연적으로 생겨나는 것인가, 아니면 인간이 선택해서 만드는 것인가. 17~18세기 세 철학자는 같은 물음 앞에 섰다. 그러나 그들의 답은 각기 달랐고 — 그 차이가 현대 정치 질서의 세 가지 근원을 이룬다.
토머스 홉스, 존 로크, 장자크 루소. 이 세 이름은 ‘사회계약론’이라는 하나의 깃발 아래 묶이지만, 실제로 그들이 상상한 국가의 모습은 놀라울 만큼 다르다. 홉스의 국가는 공포에 기반한 거인이고, 로크의 국가는 재산을 지키기 위해 고용된 관리인이며, 루소의 국가는 인민이 스스로 통치하는 광장이다. 세 청사진을 나란히 놓을 때, 비로소 “왜 국가가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의 깊이가 드러난다.
공통 출발점: 자연 상태
세 사람 모두 ‘자연 상태(state of nature)’, 즉 국가가 존재하기 이전의 인간 조건을 상상하는 것에서 논의를 시작한다. 그러나 그들이 그린 자연 상태의 풍경은 서로 완전히 다르다. 그 차이에서 모든 것이 갈린다.
홉스: 괴물을 만들어야 평화가 온다

1588년, 토머스 홉스는 스페인 무적함대가 영국 해안에 나타났다는 소식에 놀란 어머니가 조산으로 낳은 아이였다. 그는 훗날 농담처럼 말했다. “어머니가 나와 공포라는 쌍둥이를 낳았다.” 그 공포가 홉스의 철학을 평생 관통한다.
홉스가 그린 자연 상태는 차갑고 끔찍하다. 국가가 없다면 인간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bellum omnium contra omnes)” 속에 산다. 법도 없고, 재산도 없으며, 옳고 그름의 기준도 없다. 정의란 강자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자연 상태에서 인간의 삶은 고독하고, 가난하고, 더럽고, 잔인하며, 짧다.”— 토머스 홉스, 『리바이어던』 (1651)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홉스의 답은 단순하다 — 절대 권력. 모든 개인은 자신의 권리를 하나의 주권자에게 완전히 양도한다. 그 주권자(군주나 의회)는 성경 속 거대한 바다 괴물의 이름을 따리바이어던이라 불린다. 괴물이지만, 필요한 괴물이다. 이 리바이어던만이 사람들을 죽음의 공포로부터 지켜줄 수 있다.
홉스의 계약은 일방통행이다. 시민은 권리를 넘기지만, 주권자는 거의 아무 의무도 지지 않는다. 오직 한 가지 예외만 있다 — 시민의 생명을 직접 위협할 때는 복종을 거부할 수 있다. 국가는 죽음의 공포로부터 보호해주기 위해 존재하므로, 그 보호 기능이 사라지는 순간 계약은 무효다.
홉스의 이론은 종종 독재 옹호로 읽힌다. 하지만 그는 군주제만이 답이라고 주장하지 않았다 — 의회도 주권자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가 진정으로 두려워한 것은 내전이었다. 실제로 그는 영국 내전(1642~1651)을 직접 목격했고, 그 혼란의 기억이 『리바이어던』 집필을 이끌었다.
로크: 국가는 재산을 지키기 위한 도구다

존 로크는 홉스보다 낙관적이었다. 그가 상상한 자연 상태는 전쟁터가 아니다. 이성이 작동하는 곳이다. 신이 인간에게 이성을 주었고, 그 이성을 통해 인간은 자연법을 이해할 수 있다 — 타인을 해치지 말고, 그의 생명, 자유, 재산을 침해하지 말라.
그렇다면 왜 국가가 필요한가. 로크의 답은 실용적이다. 자연 상태에서 이성이 통한다고 해도, 분쟁이 생겼을 때 공정한 판결을 내릴 사람이 없다. 누구나 자기 이익에 치우쳐 스스로를 재판관으로 삼으려 한다. 그래서 공정한 법과 판사, 그리고 집행자가 필요하다. 국가는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만들어진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이성의 지배 아래 있으며, 어떤 다른 인간의 의지에도 종속되지 않는다.”— 존 로크, 『통치론』 (1689)
로크 사상의 핵심 개념은 생명·자유·재산이라는 세 가지 자연권이다. 이 권리는 국가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 국가보다 먼저 존재한다. 국가는 이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할 뿐이다. 따라서 이 권리를 침해하는 국가는 그 존재 이유를 잃는다. 인민은 그런 정부를 무너뜨릴 권리가 있다.
이것이 혁명권이다. 로크는 1688년 명예혁명 직후 『통치론』을 출판했다. 왕을 몰아낸 혁명을 정당화하는 철학이 필요한 시대였다. 훗날 이 논리는 대서양을 건너 미국 독립선언문에 고스란히 녹아든다. 토머스 제퍼슨은 “생명, 자유, 행복의 추구”를 쓰면서 로크의 문장을 변형했다.
홉스와 비교하면 로크의 계약은 쌍방향이다. 정부는 시민의 권리를 보호해야 하고, 그러지 못하면 시민은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 이것이 자유주의적 헌정주의의 뿌리다.
루소: 자유로 태어난 인간이 사슬에 묶여 있다

“인간은 자유로 태어났지만, 도처에서 사슬에 묶여 있다.” 루소의 『사회계약론』은 이 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18세기 유럽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문장 중 하나다.
루소의 자연 상태는 홉스와도, 로크와도 다르다. 문명이 없는 자연 인간 — 루소가 부르는 ‘고귀한 야만인(noble savage)’은 본래 선하고 평화롭다. 욕망도 소박하고, 타인과 경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엇이 인간을 타락시켰는가. 루소의 답은 충격적이다 —문명과 사유재산이다.
“어떤 땅에 울타리를 치고 ‘이것은 내 것’이라고 말하고, 사람들이 그것을 믿을 만큼 순박하다는 것을 알아챈 최초의 인간이야말로 시민 사회의 진정한 창립자다.”— 장자크 루소, 『인간 불평등 기원론』 (1755)
불평등이 사유재산에서 비롯되고, 사유재산을 지키기 위해 법과 국가가 만들어졌다고 루소는 주장한다. 기존의 사회계약은 사실 부자들의 음모였다. 강자가 약자를 속여 자신들의 특권을 정당화한 계약. 이것이 현존하는 불의한 국가의 기원이다.
그러면 정당한 계약은 어떤 것인가. 루소의 해법은 일반의지(volonté générale)다. 개인들이 자신의 특수 이익을 넘어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추구할 때 나타나는 의지. 이 일반의지가 법의 근거가 되어야 한다. 인민이 직접 입법에 참여하고, 법에 스스로 복종함으로써 비로소 자유가 실현된다 — 스스로 만든 법에 따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유이기 때문이다.
루소는 대의 민주주의에 회의적이었다. “영국 인민은 선거 기간에만 자유롭다. 의원을 뽑고 나면 다시 노예가 된다.” 그는 직접 민주주의를 이상으로 삼았다. 제네바의 소공화국을 모델로 삼은 이 이상은 프랑스 혁명의 급진파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세 청사진을 나란히 놓으면
| 구분 | 홉스 | 로크 | 루소 |
|---|---|---|---|
| 자연 상태 | 전쟁, 공포, 혼란 | 이성적, 평화적 | 순수하고 선량함 |
| 계약의 목적 | 생존과 안전 | 재산권 보호 | 자유와 평등 회복 |
| 주권의 소재 | 군주(절대권) | 시민 → 정부 위임 | 인민 (일반의지) |
| 저항권 | 원칙적으로 없음 | 있음 (혁명 정당화) | 있음 (계약 재설계) |
| 현대적 영향 | 권위주의 국가론 | 자유민주주의 | 공화주의·직접민주주의 |
세 청사진이 낳은 세계
17~18세기의 지적 실험은 그대로 현실 정치가 되었다. 홉스의 리바이어던은 강력한 중앙 집권 국가의 이론적 토대가 되었다. 로크의 재산권과 저항권은 미국 헌법과 영국 의회주의로 이어졌다. 루소의 일반의지는 프랑스 혁명의 이념이 되었고, 이후 공화주의와 사회민주주의 사상의 물줄기를 만들었다.
흥미로운 것은 세 사람 모두 같은 질문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왜 인간은 국가를 만들었는가?” 그러나 자연 상태에 대한 각자의 가정 — 인간이 본래 어떤 존재인가 — 이 달랐기 때문에 도달하는 결론도 달랐다.
홉스는 인간을 두려워했다. 로크는 인간을 신뢰했다. 루소는 인간보다 사회를 의심했다. 이 세 가지 태도는 지금도 살아있다. “강한 정부가 있어야 안전하다”는 주장 뒤에는 홉스가 있고, “정부는 자유를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 뒤에는 로크가 있으며, “시민이 직접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 뒤에는 루소가 있다.
국가에 대한 논쟁은 끝나지 않는다. 어쩌면 그것은 인간 본성에 대한 논쟁이기 때문이다. 홉스, 로크, 루소의 목소리는 지금도 의회와 광장과 헌법 조문 속에서 서로 다투고 있다.